도시호텔을 하루 종일 다닌 뒤 진짜 바라는 것은 화려한 로비가 아니라 숨을 고르고 걸음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짧은 거리다, 장 미셸 가티는 아만 뉴욕(Aman New York), 아만 나이 러트 방콕(Aman Nai Lert Bangkok), 자누 도쿄(Janu Tokyo)에서 이 감각을 서로 다른 세 방식으로 풀어냈다.

장 미셸 가티의 흥미로운 점은 세 호텔에 동일한 아만식 표정을 씌운 것이 아니라, 먼저 각 도시의 맥박을 듣는다는 것이다. 맨해튼의 높은 밀도, 방콕의 습하고 푸른 기운, 도쿄의 자주 바뀌는 생활 리듬이 그의 공간에 서로 다른 성격을 부여한다. 결과적으로 호텔은 도시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고, 분주한 바깥으로부터 서서히 자기 페이스로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남긴다.
도시호텔에서의 ‘정적’은 장식이 아니다
도시호텔의 과제는 단순히 보기 좋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손님이 거리와 차량, 인파와 업무의 리듬에서 로비로 들어왔을 때 실제로 호흡을 늦출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설계자는 시선의 단절 여부, 소음 흡수 방식, 공공과 사적 공간 사이의 전이 레이어, 객실에서 조명과 거리감을 손님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지를 설계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없다면 어떤 천연 석재나 부드러운 빛도 사진 밖으로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세 프로젝트를 함께 볼 가치가 있는 이유는, 이들이 ‘정적’을 하나의 고정된 스타일로 환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만 뉴욕은 역사적 건물과 수직적 볼륨을 이용해 도시와의 거리를 만든다, 아만 나이 러트 방콕은 정원을 완충 장치로 삼고, 자누 도쿄는 일상에서 공간의 리듬을 바꿀 수 있는 가변성을 심었다. 이러한 차이가 곧 도시호텔 설계의 진정한 가치다.
뉴욕, 층층이 이어지는 퇴장 동선
아만 뉴욕은 5번가와 57번가 교차부의 크라운 빌딩에 자리해 있으며, 2022년 8월 개관했다. 이 위치의 문제는 명확하다, 거리의 에너지가 강하고 주변 건물의 밀도가 높아 사적인 분위기를 얻으려면 한 장의 두꺼운 문만으로는 부족하다. 출입구, 스카이 로비, 가든 테라스, 수경과 이중 층고 공간이 계단처럼 연결되며 거리에서 실내로 천천히 들어오는 여정을 만든다.



기존 건물의 장식예술 양식은 이 프로젝트가 도시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리조트처럼 보일 필요가 없게 만든다. 석재, 비례, 역사성은 유지되며, 조명과 가구의 스케일, 더 깊은 공간 레이어가 실내에 안정된 리듬을 부여한다. 스위트의 실제 장작난로와 다층적 재료 사용은 단순한 무드 연출을 넘어, 맨해튼 중심에서도 객실이 머무르게 하는 온도를 제공한다.




방콕, 나무가 먼저 말하게 하다
아만 나이 러트 방콕은 정반대의 길을 선택한다. 프로젝트는 7에이커 규모의 나이 러트 가든(Nai Lert Garden) 안에 위치하며, 정원 내 수령이 백년을 넘는 소름풍나무(Sompong tree)가 건물 배치의 핵심 단서가 되었다. 이 선택은 낭만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지역성에 대한 존중이다, 기존 지형과 수관이 먼저 그늘과 시선, 시간 감각을 가져오고 그 다음 건물이 배치된다.



대형 창, 개방형 공간, 천연 재료와 전통 태국 요소는 정원의 나무 그림자 속에서 비로소 의미를 얻는다. 실내외 경계가 길어지면 빛, 습도, 녹음과 사람의 이동이 함께 공간을 규정한다. 중정, 풀, 레지던트 전용 라운지는 단순한 잠깐의 머무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도시의 열기와 소음으로부터 먼저 들어오는 완충 지대를 만든다.


東京把秩序留給人
자누 도쿄는 아자부다이의 언덕 위에 자리해 있으며, 대상 도시는 소음을 차단해야 할 도시가 아니라 사용 상황이 자주 바뀌는 도시다. 장 미셸 가티는 여기서 미닫이문, 모듈식 파티션과 숨긴 수납을 활용했다, 목적은 기계적 장치가 아니라 객실이 단일 기능에 고정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아침에는 일하거나 짐을 정리하는 공간으로 쓰고, 밤에는 잡동사니를 숨기고 조명을 낮춰 진짜 휴식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






이 때문에 자누 도쿄의 객실과 스위트, 라운지는 한눈에 보이는 과시적 진열을 추구하지 않는다. 온화한 색조, 숨길 수 있는 물건, 조절 가능한 경계는 공간이 시간대마다 계속 쓰이게 한다. 도시 호텔에서 일과 사교, 휴식을 자주 바꾸어야 하는 이들에게 객실을 빠르게 자신의 리듬으로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은 장식적 설비보다 더 중요하다.
공용 공간의 데시벨 관리
호텔의 정적은 객실에서만 성립하지 않는다, 자누 도쿄의 다이닝, 바, 프론트, 풀, 짐 공간과 스파는 서로 다른 사회적 강도를 어떻게 다루는지 시험대가 된다. 후징, 이구라, 바, 그릴, 라운지, 마켓 레스토랑, 페이스트리, 숯불구이 식당 등은 서로 다른 개방감을 요구한다, 모두를 같은 방식의 극단적 절제 처리로 묶으면 공간은 성격을 잃는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각 공간의 재료와 조명, 좌석 밀도는 상이하다. 설계의 핵심은 모든 곳을 조용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식사와 대화, 운동과 독서가 각각 적절한 소리를 갖도록 만드는 것이다. 호텔이 공용공간의 활력을 유지하면서도 그 소음이 객실로 되돌아가지 않게 할 때, 정적은 사회적 거부가 아닌 진정한 휴식이 된다.





세 가지 답, 하나의 원칙
세 프로젝트를 나란히 놓고 보면 중요한 것은 ‘아만 스타일’이나 ‘자누 스타일’의 외형적 기호가 아니다, 장 미셸 가티가 보여준 설계 원칙이다. 먼저 도시가 주는 스트레스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공간 도구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뉴욕에는 거리와 계층이 필요하고, 방콕에는 정원이 기반 인프라가 되며, 도쿄에는 가변 가능한 질서가 필요하다.
이 원칙은 국내 호텔과 주거 설계에도 시사점을 준다, 조용함을 단지 음악 소리를 낮추거나 색조를 희석하는 것으로 이해하지 말라는 점이다. 진정한 정적은 사람이 도시, 타인, 물건 사이의 거리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을 때 온다. 장 미셸 가티의 세 작품은 직접 복제 가능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도시가 조밀해질수록 설계는 사람의 리듬을 먼저 다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