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종이 패션이 파리에서 현실화됐다: ANREALAGE가 E Ink 전자종이로 만든 6벌의 드레스를 공개했다.
이 컬렉션은 디자이너 모리나가 쿠니히코(森永邦彦)가 디자인했으며, 파리의 메종 드 라 라디오 에 드 라 뮤지크(Maison de la Radio et de la Musique, 파리의 방송·음악 공연장)에서 발표됐다. 기술 핵심은 E Ink Prism 3이며, 각 드레스는 1,000~2,000개의 독립 제어 가능한 전자종이 모듈로 구성돼 표면 색상이 흐르듯 변한다.


전자종이 패션: 기술 구조와 디자인
ANREALAGE의 드레스는 표면을 덮는 전자종이 조각을 비늘처럼 배열한 구조다. 각 조각은 독립 신호로 제어돼 색상과 무늬를 순차적으로 바꿀 수 있다. 이로써 정적인 옷감 표면이 동적인 디스플레이처럼 작동한다.
제어망은 AI 지원 설계로 내부 배선과 모듈 배치를 최적화했다. 대형 건축용 박막으로 개발된 E Ink Prism 기술은 BMW의 iX Flow 콘셉트카(2022 CES 시연)에서 차체 전색 적용으로 먼저 주목받았는데, 이번에는 곡면과 유연성을 요구하는 의복으로 확장됐다.

왜 E Ink를 옷에 썼나
디자이너 측은 LED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방식보다 전자종이를 선택한 이유로, 전자종이가 빛을 반사해 실제 직물의 표면감을 유지한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E Ink의 쌍안정성 특성 때문에 한 번 표시한 화면을 유지하는 데 전력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의복에 직접 발광 소자를 넣으면 시각적으로 ‘전자기기 같은 옷’이라는 인상이 강해진다. 전자종이를 쓰면 패브릭의 질감과 가까운 표현이 가능해 패션으로서의 수용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전자종이 패션과 지속가능성, 실용성의 과제
기술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상용화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ANREALAGE 측은 이번 컬렉션에 대해 소매 판매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대량의 전자종이 모듈을 어떻게 세탁하고 보수할지는 명확한 해법이 나오지 않았다.
또 다른 과제는 통합 복잡성이다. 건축용 대형 박막을 차량 전체에 적용하던 것과 달리, 의복은 약 2,000개의 독립 모듈을 유연한 형태로 연결해야 해 배선과 접속부, 유연성 확보가 더 어렵다. 이 점은 향후 상용 제품 개발에서 핵심 난제가 될 전망이다.

다른 기술의 병행 적용
컬렉션에는 E Ink 외 기술도 함께 소개됐다. SEKISAI의 3D 프린트 비늘은 전력을 쓰지 않고도 기하학적 구조와 관찰 각도로 색이 달라 보이게 설계됐다. 교세라(Kyocera)의 FOREARTH 인염 기술은 원단 1kg당 물 사용량을 0.02리터로 줄였다고 한다.

이처럼 여러 기술을 결합해 표면을 가변적으로 만드는 시도는, 전자종이가 전자책 리더기에서 시작해 자동차 표면을 거쳐 의복에 적용되는 응용 경로를 보여준다. 그러나 실용화를 위해서는 내구성, 세탁성, 수선성 같은 기본적 사용성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전시성 컬렉션의 성격상 이번 작업은 아직 실험 단계다. 다만 이번 발표로 전자종이가 패션 영역에서 시각적·기술적 가능성을 입증한 만큼, 향후 상용화와 대중 수용성 확보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리하면, 이번 ANREALAGE의 작품은 전자종이 패션이 디자인과 기술의 접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 보여준 실험이다. 상용화 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지만, 응용 범위가 계속 확장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