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벽돌로 지은 외벽을 사용해 벨기에 겐트(겐트, 벨기에) 디자인 박물관이 지난 10월 3일 새 전시관을 재개관했다. 외벽은 82,000개의 Gent Waste Brick로 쌓였고, 원료의 63%가 겐트 시의 생활 폐기물에서 나온다.

이 프로젝트의 주력 재료인 폐기물 벽돌은 런던 설계사무소 카모디 그로크(Carmody Groarke)가 겐트의 TRANS(현재 ATAMA), Local Works Studio, 건자재 업체 BC Materials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벽돌 1개당 원료는 롬멜(Lommel) 산 모래, 수경성 석회, 탄산칼슘 분말과 각종 건설 폐기물의 혼합물이다.

벽돌은 가마에 구워 만드는 전통 점토벽돌과 달리 소성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제작 과정은 습한 환경에서 2주간 양생한 뒤 자연 건조하는 방식이며, 강도는 광물의 탄산화 반응에서 나온다. 개발팀은 국제 디자인 매체 Dezeen에 탄산화가 외벽 표면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 벽돌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단단해진다고 밝혔다.
제품은 겐트 현지의 Het Arsenaal에서 생산됐고, 원재료는 모두 반경 7킬로미터 이내에서 조달됐다. 2022년 9월에는 벨기에 건축 인증 협회(BCCA)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개발팀에 따르면 해당 벽돌의 탄소 배출량은 기존 점토벽돌의 3분의 1 수준으로 평가됐다.

폐기물 벽돌, 제작 방식과 검증
개발팀은 벽돌의 내구성과 탄산화 과정을 수치 모델로 검증했으며, 60년 주기의 탄소 평가도 모델링을 통해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석회 기반의 무가마(무소성) 벽돌을 비가 잦은 벨기에 기후에서 외장재로 쓸 때의 장기적인 풍화 저항성은 실제 사용 기간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장에서의 생산과 자재 조달 면에서는 지역 순환 경제를 지향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원재료의 63%가 시의 건설 폐기물과 유리, 부서진 콘크리트 등으로 구성돼 수송과 처리에서 발생하는 추가 탄소를 줄였다.
설계와 공간 구성
카모디 그로크는 2006년 런던에서 설립된 건축사무소로 문화와 보존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해 왔다. 대표작 가운데 하나는 잉글랜드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윈더미어 제티 박물관이다. 이들은 2019년 국제 설계 공모에서 승리해 이 박물관의 확장 설계를 맡았다.
박물관은 원래 3개 건물로 이뤄져 있었다. 18세기 로코코 양식의 Hotel de Coninck, 16세기 중심부를 보전한 Leten House, 1992년에 증축된 기존의 날개 건물이다. 새 신관은 이 세 건물을 하나의 관람 동선으로 연결하며 총 6개 구역으로 나눈다.
지하층의 소장품 보존 처리 공간은 관람객에게 개방되며 4층의 로프트에서는 겐트 시가 내려다보인다. 새로 쌓은 벽돌의 치수는 Hotel de Coninck의 전통 규격을 따랐고, 옅은 색상은 인근 Drabstraat 일대 주거지와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원래 방치된 중정은 정원으로 바뀌어 건물의 중심 공간 역할을 한다.
시민 참여와 한계
프로젝트 초기에 박물관 측은 “이것은 나의 박물관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공공 참여를 설계에 포함시켰다. 2025년에는 40명의 겐트 시민으로 구성된 DE40 그룹이 만들어져 다양한 배경의 관람객을 위한 프로그램과 공공성을 점검했다.
다만 DE40의 활동 시점은 설계 공모가 끝난 이후여서 시민이 실질적으로 건축 설계 자체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시민 참여는 주로 공간의 공공적 성격과 프로그램 방향을 정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례는 폐기물 벽돌의 지역생산과 탄소 저감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외벽 재료로서의 장기 내구성 검증과 시민참여의 시기적 한계는 후속 관찰이 필요하다.

